지난 9월 9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의미있는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한-인도 AI 금융포용 컨퍼런스'인데요, 한국과 인도를 잇는 하이브리드 컨퍼런스로 금융위원회,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어피닛, 그리고 온라인으로 참석한 인도 델리대학교와 델리경제대학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였습니다.
오후 1시, 강성용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의 개회사로 서울 세션이 시작됐습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이철원 어피닛 대표는 인도의 AI 핀테크 플랫폼 '트루밸런스(TrueBalance)'가 걸어온 길을 짚으며, 어피닛이 단순한 대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AI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기조연설은 오화세 금융위원회 전문위원이 나섰습니다. 오 위원은 대안신용평가라는 개념이 신용정보 공유 체계, 신용조사기관, 법적·규제적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뒤에야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어피닛의 인도 시장 경험을 사례로 들며, 비전통적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 평가가 정규 신용 이력이 부족한 차입자의 신용 프로필을 어떻게 구축해줄 수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런 모델이 다른 시장으로 확장되려면 데이터 거버넌스, 소비자 보호, 규제 정합성, 그리고 현지 금융·제도적 여건에 대한 적응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객석에서 가장 필기를 많이 하게 만든 발표는 아디티 싱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박사의 순서였습니다. 그는 인도가 금융 포용을 향해 걸어온 여정과, 씬파일러(Thin-file) 계층이 겪는 신용상의 어려움을 짚었습니다. 그리고 대안신용평가가 보험처럼 적합한 금융상품에 대한 접근을 넓히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로 논의를 확장했습니다. 특히 케랄라와 자르칸드에서 진행된 '수라크샤 차크라(Suraksha Chakra)' 프로그램의 현장 조사 결과를 소개하는 순간, 발표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 마을 단위의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디지털 금융이 현지 여건에 맞게 설계되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과 책임 있는 데이터 활용, 소비자 보호, 효과적인 민원 구제 체계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오후 세션의 무대는 델리로 넘어갔습니다. 델리대학교 경영대학원 나레인(Narain) 교수가 좌장을 맡아 패널들이 '인도 비은행금융회사(NBFC)의 부상하는 역할'을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눈길을 끈 것은 핀테크소비자권익협회(FACE)의 수간드 삭세나 대표의 발표였는데요, 자율규제기구로서 FACE가 해온 역할을 소개하며, 디지털 대출의 성장과 여전히 충족되지 않은 공식 신용 수요, 그리고 디지털 인프라와 AI가 소외된 차입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혁신과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규제 준수, 투명성, 데이터 보호, 모델 거버넌스, 고객 보호의 균형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어 델리경제대학교 람 싱 교수는 전통적인 자산이나 확립된 신용 이력이 없는 중소·영세기업(MSME)을 비은행금융회사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를 AI 기반 위험 심사와 디지털 담보의 관점에서 풀어냈습니다. 거래·현금흐름 데이터를 활용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설명 가능한 의사결정과 개인정보 보호, 비례적인 법 집행, 알고리즘 편향 및 금융 배제 방지의 중요성으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마지막 발표자 푸자 메라 기자는 은행에서 충분히 서비스받지 못하는 중소기업과 차입자에게 비은행금융회사가 갖는 의미를 짚으며, 업권의 재무 상태와 은행·핀테크와의 관계, 그리고 다중 차입과 높은 실질 신용비용, 가계 부채 증가 같은 새로운 위험 신호들을 현장감 있게 전달했습니다.
패널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좌장 진행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은 이날 행사의 가장 뜨거운 순간이었습니다. 최신 업권 데이터를 두고 오가는 질문들 속에서, AI가 신용평가와 금융서비스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디지털 금융이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실감하는 동시에, 금융 포용이 결코 완결된 과제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노력임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