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한국에서 테슬라 FSD(Full Self-Driving) 감독형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도 차가 알아서 차선을 바꾸고, 신호를 인식하고, 좌회전을 합니다. 미국, 캐나다 등에 이어 7번째 출시 국가가 된 겁니다.
자율주행에는 레벨이 있습니다. 레벨 0은 완전 수동. 레벨 2는 차선 유지 + 속도 조절 정도. 레벨 4는 대부분 자동, 사람은 예외 상황에만 개입. 레벨 5는 완전 자율.
이 개념을 업무에 적용하면 어떨까요?
"시간을 절약한다"와 "시간을 만들어낸다"는 다르다
1편에서 Self-Serve로 반복 업무를 제거하는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시간 절약"과 "시간 창조"는 다릅니다
시간 절약: 똑같은 일을 좀 더 빠르게 한다. (수동적) 시간 창조: 일 자체를 없애거나, AI가 대신한다. (능동적)
우리가 추구하는 건 후자입니다. 핵심 질문은 이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일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 자체를 없앨 수 있을까?"
Eliminate → Automate → Delegate
시간을 창조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Eliminate (제거) 가장 좋은 자동화는 "그 일을 안 하는 것"입니다. 가치를 만들지 않는 작업은 없애면 됩니다. 제거된 작업의 시간복잡도는 O(0)—인간 시간이 아예 들지 않습니다.
2. Automate (자동화) 제거할 수 없다면 자동화합니다. 한 번 만들어두면 계속 돌아갑니다. O(1)—업무량이 늘어도 인간 시간은 거의 일정합니다.
3. Delegate to AI (AI에게 위임) 전통적으로 위임은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효율은 올라가지만, 결국 누군가의 시간을 쓰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제로섬 게임이죠.
AI 시대에는 다릅니다. 지능에게 위임할 수 있습니다. AI Agent가 상주하며 실행합니다. 위임하는 순간 영구 자동화가 시작됩니다. O(1/∞)—AI 스케일이 커질수록 인간 시간은 제로에 수렴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은 O(n)입니다. 업무 10개면 시간도 10배. 100개면 100배. 우리가 원하는 건 이 O(n)을 O(0)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지식이 갇혀 있으면 AI도 소용없다
AI 혁명의 속도는 빠릅니다. 세상의 변화보다 앞서가지 않으면 뒤처집니다. 2025년, 회사는 AI 혁신 조직을 만들고 전사 생산성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AI 도구만 도입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식이 갇혀 있다.
코드베이스에 묻혀 있거나
특정 개발자/담당자 머릿속에만 있거나
Slack, Drive, 이메일에 분산되어 있거나
결과는 뻔합니다. Self-Serve 불가능. 개발자에게 의존. AI 도구를 써도 매번 컨텍스트를 처음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ChatGPT한테 "우리 회사 대출 정책이 뭐야?"라고 물으면 모릅니다. 당연하죠. 가르쳐준 적이 없으니까요.
업무를 위임하면 지식이 자동으로 체계화된다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Hero가 Agent에게 업무를 위임하면, 암묵지가 명시지로 자동 변환된다."
1편에서 Dennis가 모니터링 봇을 만든 사례를 기억하시나요? Claude Code와 대화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알림을 보내줘"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Dennis 머릿속에만 있던 모니터링 노하우가 코드로 문서화됐습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AI에게 일을 시키는 과정 자체가 지식 체계화 과정입니다.
체계화된 지식은 Git이나 AI 친화형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됩니다. 그러면 어떤 AI든—OpenAI든 Google이든 Anthropic이든—동일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습니다.
AI-Native 개발 사이클
전체 업무 사이클을 AI 관점에서 재설계했습니다.
4단계 사이클:
의도 → 개발 가능: 요구사항 분석, 스펙 초안, 설계
개발 → 배포: 코딩, 테스트, 리뷰, 배포
배포 → 파악: 모니터링, 로그 분석, 이상 감지
파악 → 의도: 결과 요약, 개선 제안, 다음 스펙
이 전체 사이클에서 인간의 역할은 네 가지뿐입니다.
의도 전달
방향 제시
피드백
최종 컨펌
나머지는 AI가 수행합니다. 이게 우리가 그리는 AI-Native 조직의 모습입니다. 테슬라 FSD로 치면 레벨 4—대부분 자동, 사람은 예외시만 개입.
5-Level Mode
자율주행 레벨을 업무에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Level | 이름 | 인간 개입 | 시간복잡도 |
|---|---|---|---|
5 | Fully Autonomous | 0% | O(0) |
4 | Approval-Only | ~10% | O(1/∞) |
3 | Draft & Review | ~40% | O(1) |
2 | AI-Assisted | ~70% | O(n/k) |
1 | Manual | 100% | O(n) |
Level 1: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합니다.
Level 2: 이메일 자동완성처럼, AI가 보조하지만 사람이 주도합니다.
Level 3: 현재 대부분의 AI-사람 협업 수준입니다. AI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피드백하고, AI가 다시 고치고—이 대화를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반복합니다.
Level 4: AI가 전부 하고, 사람은 승인만 합니다.
Level 5: 완전 자동. 정기 리포트 자동 발송, 스케줄 배포 같은 것들.
우리의 목표는 Level 4입니다. "컨펌만 하면 되는 수준."
ANTI: 측정 없이 개선 없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우리가 얼마나 AI-Native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측정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ANTI(AI-Native Transformation Index).
ANTI = (Level 4 업무 수 + Level 5 업무 수) / 전체 업무 수 × 100%
ANTI 50%면, 전체 업무 중 절반이 "AI가 하고 사람은 컨펌만" 하는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시간 창조 측정 공식도 있습니다:
주당 창조 시간 = 위임 건수 × 빈도 × 단위시간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을 AI Agent에게 위임하면 건당 30분~1시간 절약. 문제 해결 위임은 2시간 → 20분 단축. Self-Serve Agent 구현 시 주당 5~10시간 창조. 이런 식으로 정량화합니다.
현재 어디까지 왔나
Q3 성과 (인식 제고와 초기 활성화):
Sidekick 플랫폼: 45개 업무 영역용 Agent 운영
20% Program: 22명 참여 중
개발 프로세스: 스펙 정제부터 코드 리뷰까지 AI 지원 시범 운영
Q4 목표 (본격 도입과 정착):
기술직군 50% 이상, 비기술직군 Frontier 그룹 양성
첫 Self-Serve 쇼케이스 (RBI 리포트, 심사룰 관리)
AI가 조직 지식에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체계화
ANTI 측정 체계 구축
2026 비전:
전 직원 AI-Native 확대 (한국 / 인도)
대부분의 업무가 Level 4 이상
왜 측정이 중요한가
"AI 잘 쓰고 있습니다"로는 부족합니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습니다."
ANTI가 38%에서 45%로, 55%로, 68%로 올라가는 과정을 분기마다 확인합니다. 각 팀이 자기 업무를 분해해서 현재 레벨을 파악하고, 목표 레벨을 설정합니다. "연말까지 Level 1, 2 업무를 최소화한다"—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목표가 생깁니다.
우리의 비전은 이렇습니다.
"메이커, 비즈니스, 운영 등 전 구성원이 회의와 의사결정에 집중하고, AI가 가져온 결과물을 컨펌하면 되는 수준"
개발만이 아닙니다. 기술 운영, 비즈니스 운영 전부가 AI-Native여야 합니다. 38개 Work Area—제품 개발, 기술 운영, 마케팅, CS, 재무, 컴플라이언스까지—전 영역에 적용합니다.
테슬라가 자동차를 재정의하듯, 우리는 일하는 방식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측정할 수 있으면 개선할 수 있습니다. 개선할 수 있으면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AI와 함께 일하는 법" 시리즈의 2편입니다. 1편 "AFINIT에서 시간을 만들어 내는 방법"에서는 Self-Serve로 반복 업무를 제거하는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