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피닛(Afinit) 팀입니다.
어피닛이 지난 12월 18일, 한국과 인도의 디지털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제24차 한-인도 다이얼로그 포럼’ 현장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한국 외교부와 인도 주요 정책 입안자, 그리고 양국의 기업가와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앞으로 두 나라가 어떤 디지털 협력의 그림을 그려갈 수 있을지를 깊이 있게 논의한 자리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인도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주제로 한 특별 세션이 마련되어, 인도 시장을 현장에서 경험해온 어피닛 팀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습니다. 인도의 디지털 정책을 설계해온 아르빈 굽타(Arvind Gupta) 박사, 인도 핀테크 시장에서 11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어피닛 이철원 대표, 그리고 임팩트 투자사 MYSC의 김정태 대표가 함께 무대에 올라, 인도의 디지털 혁명과 그 안에서 한국 기업이 마주하게 될 기회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날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인도의 디지털 전환, 그리고 한국 스타트업에게 주는 메시지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1. 실리콘밸리와는 다르다: 인도가 선택한 '상향식 혁신'
"인도는 실리콘밸리의 패러다임과 정반대로 시작했습니다."
Digital India Foundation의 공동창립자이자 인도 디지털 공공 인프라(DPI)의 핵심 설계자인 아르빈 굽타 박사는 인도의 디지털 혁명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보통의 기술 혁신이 부유층을 위한 서비스에서 시작해 점차 대중으로 내려오는 '하향식'이라면, 인도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굽타 박사가 반복해서 강조한 핵심 개념은 ‘최소 공배수(Least Common Denominator)’였습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문제, 즉 최소 공배수를 먼저 해결하면 그 위에 놓인 복잡한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사고방식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된 것이 바로 정부 주도의 디지털 공공 인프라, ‘인도 스택(India Stack)’입니다.
인도 스택은 14억 인구 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계층을 출발점으로 설계된 디지털 공공 인프라(DPI)로, 크게 네 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됩니다.
첫째는 '아다르(Aadhaar)'라는 디지털 신원 인프라입니다. 전 국민의 생체 정보를 등록해 금융과 통신 등 모든 영역에서 신원을 증명할 수 있게 했습니다. 둘째는 'eKYC' 시스템으로, 국민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신분을 확인할 수 있어 은행 계좌 개설의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습니다. 셋째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UPI(통합 결제 인터페이스)'입니다. 2016년 출시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UPI는 현재 전 세계 실시간 국제 거래의 52%를 처리할 만큼 거대한 금융망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Data Lake'가 이 생태계를 뒷받침합니다.
굽타 박사는 이 인프라가 가져온 변화를 수치로 증명했습니다. 400만 개에 불과했던 은행 계좌는 12억 개로 늘어났고, 스타트업이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 비용(CAC)은 20달러에서 0.5달러로 4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그의 분석은 어피닛이 현장에서 체감해 온 인도 시장의 성장 방식과 정확히 맞아 떨어집니다. 굽타 박사는 "DPI는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재입니다. 스타트업은 이 기반 위에서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습니다"라며, "이것이 인도 벤처캐피탈의 1달러가 한국의 수십 달러보다 더 큰 임팩트를 만드는 이유로, 돈이 더 멀리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인도에서는 동일한 투자금으로도 더 많은 실험이 가능하고, 더 빠른 확장 전략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2. 10억 명의 '넥스트 빌리언'을 깨우다: 어피닛이 본 기회
아르빈 굽타 박사가 거시적인 인프라를 설명했다면, 어피닛 이철원 대표는 그 인프라 위에서 한국 기업이 발견한 구체적인 기회를 이야기했습니다. 이 대표는 청중들에게 "한국과 인도의 스타트업 시장 규모가 얼마나 다른지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한국과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단순 비교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인도의 유니콘 기업 수는 한국의 10배에 달하며, 특히 핀테크 투자 규모는 인도가 한국의 20배를 상회합니다. 한국의 내수 시장 규모는 5천만 명으로 인도의 한 개 주(State)에 속한 인구보다도 작은데요. 이 대표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그중에서도 인도는 반드시 가야 할 시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가운데 어피닛 팀이 주목한 대상은 이른바 '넥스트 빌리언(Next Billion)'이라 불리는 10억 명의 금융 소외 계층입니다. 넥스트 빌리언은 앞으로 새롭게 금융 시스템에 들어올 10억명의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지만, 은행 거래 기록이 없어 제도권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죠.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게 디지털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고, 어피닛은 이 데이터를 기존 금융이 보지 못했던 신용의 증거라고 해석했습니다.
어피닛은 SMS 거래 내역, 앱 사용 패턴, 통화 기록 등 일상 속에 남는 비금융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고 고도화해 왔습니다. 그 결과, 앱을 다운로드한 지 약 5분 만에 그동안 신용 이력이 없던 사용자도 처음으로 제도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제로 투 원(Zero to One) 서비스"라고 표현합니다. 불가능했던 금융 서비스를 기술로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실제로 어피닛은 이 기술을 통해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인도 핀테크 시장 전체의 성장 속도와도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도 핀테크 시장에서의 성장은 기술 혁신을 넘어, ‘누구를 고객으로 정의하느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인도, 규모의 경제와 똑똑한 규제의 시장
포럼 후반부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이 논의되었습니다. 아르빈 굽타 박사는 한국 기업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로 '가격 책정'을 꼽았는데요. 그는 "100만 명에게 100달러씩 받는 모델이 아니라, 1,000만 명에게 10달러씩 받는 모델을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인도는 철저히 '볼륨(Volume)'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장이라는 것인데요, 이는 어피닛 팀원들 또한 몸소 체득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규제에 대한 우려도 자주 언급되지만, 이철원 대표는 인도의 중앙은행(RBI)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규제 당국"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규제가 엄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혁신을 막기 위함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와 산업의 건전성을 동시에 잡기 위한 장치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피닛은 까다로운 라이선스를 모두 취득하고 주요 협회에 가입했는데요, 그 결과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진출을 넘어선 양국의 협력 모델도 제시되었습니다. MYSC 김정태 대표는 한국의 벤처캐피탈이 인도 펀드에 출자하여 시장 지능(Intelligence)을 쌓는 'VC 브릿지' 모델과, 반도체 및 5G 등 제조업과 IT가 결합된 신산업 분야의 협력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인도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 제3국으로 함께 진출하는 방안도 호응을 얻었습니다. 현장에서 들은 이 제안들을 통해 단기 진출을 넘어, 구조적인 협력을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4. 마치며: 인도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으로 가는 확실한 관문
이번 포럼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인도는 더 이상 리스크가 큰 개발도상국 시장이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디지털 인프라의 표준'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르빈 굽타 박사는 "인도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이라면, 인도의 DPI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아프리카, 동남아 등) 국가 어디서든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인도는 G20 국가 12곳과 DPI 표준화를 협력 중입니다. 즉, 인도 시장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 시장으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관문인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철원 대표가 전한 말이 오래 남습니다.
“한국은 작지만, 세상은 충분히 큽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큰 기회는 인도에 있습니다.”
어피닛 팀 또한 같은 생각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도의 디지털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속도와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이 흐름 위에 올라타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한국 기업에게 하나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