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톤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저희 팀은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에서 출발했습니다.
"고객이 대출을 받으려고 굳이 매일 쓰는 앱을 벗어나 다른 앱을 설치해야 할까?"
이 질문이 바로 'Loan Rangers'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습니다. 기존의 대출 과정을 WhatsApp(왓츠앱)에서 나누는 자연스러운 대화 형태로 완전히 재해석해 보기로 한 것이죠.
앱을 따로 다운로드하고, 복잡한 화면을 넘겨 가며 길고 긴 신청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객이 이미 익숙하고 신뢰하는 채팅창 안에서 조회, 본인 인증(KYC), 서류 제출, 대출 조건 확인 및 진행까지 한 번에 끝내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고객의 편의에서 출발해,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다
WhatsApp을 선택한 건 고객의 니즈와 비즈니스 목표 모두를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만 6억 5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WhatsApp은 이미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새로운 앱 사용법을 배우라고 요구하는 대신, 그들이 가장 편하게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금융 서비스를 직접 가져가기로 한 것이죠.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기회는 명확했습니다. 온보딩 과정의 번거로움을 줄이면 신규 고객 유치 비용(CAC)을 거의 5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이는 신규 유저 확보와 대출 실행액 증대라는 회사의 전략적 목표와도 완벽히 부합했습니다.
특히 금융 앱의 복잡한 입력 서식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초보 디지털 금융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채팅'은 훨씬 편안한 선택지입니다. 매일 나누는 WhatsApp 대화처럼 대출도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다면 훨씬 좋지 않을까요?
아이디어를 현실로: 해커톤에서 구동 가능한 제품을 만들기까지
짧은 해커톤 기간 안에 이를 구현해 내기 위해, 저희는 '역할 분담과 협업'에 집중했습니다.
개발 파트별로 담당을 나누는 대신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을 기준으로 책임을 분배했습니다. 팀원들이 각자 본인 인증, 계좌 내역서 업로드, 대출 제안 및 입금 등 주요 단계를 나누어 맡았죠. 덕분에 고객 경험 중심의 개별 기능들을 동시에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 독립된 프로세스들을 매끄럽게 하나로 연결해 준 '통합 앵커(Integration Anchor)' 역할의 팀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팀원은 Meta, Fyno 같은 외부 파트너사와의 소통을 담당하며 비즈니스 분석, 발표 자료 제작, 프로젝트 쇼케이스 페이지 구축을 이끌었습니다.
[인터랙티브 메시지] ➔ [대화형 AI 엔진] ➔ [연동된 기존 대출 API] ➔ [실시간 상태 관리]
기술적으로는 기존 대출 시스템을 전부 갈아엎는 대신 확장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LLM & 프레임워크: OpenAI 언어 모델과 LangChain, LangGraph를 조합해 지능형 대화 맥락을 제어했습니다.
백엔드: Python 백엔드로 봇의 로직을 관리하고, Fyno를 통해 WhatsApp 통신 및 워크플로를 오케스트레이션했습니다.
API 연동: 별도의 시스템을 새로 만들지 않고, 회사의 기존 내부 대출 API에 직접 연결했습니다.
고객이 프로모션 메시지를 받고 답장을 보내면 대화형 엔진이 가동됩니다. AI는 자연어를 이해하고 다국어를 지원하며, 고객을 다음 단계로 안내합니다. 시스템 내부에서는 고객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대화가 맥락을 잃지 않고 체계적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건 AI 개발이 아닌 '신뢰성 확보'
원하는 값만 정해진 틀에 입력하는 기존 폼과 달리, 대화형 인터페이스에서는 사용자가 '아무 말'이나 입력할 수 있습니다.
이 자유로움은 강력한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복잡성을 야기합니다.
저희의 가장 큰 과제는 고객이 보낸 수많은 텍스트 중에서 '현재 단계에 필요한 정보만 쏙쏙 골라내고, 나머지는 안전하게 걸러내는 것'이었습니다. 고객은 돌려서 말할 수도 있고, 갑자기 언어를 바꾸거나, 당장 필요 없는 부연 설명을 덧붙이거나, 질문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 정보 추출 레이어'를 도입했습니다. 현재 단계에 꼭 필요한 데이터만 intelligent하게 추출해 내는 방식이죠. 그다음 '검증 레이어'가 필수 데이터가 제대로 모였는지 확인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했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러운 대화의 유연함과 금융 서비스에 필수적인 정확성을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입력] ➔ [AI 정보 추출 레이어] ➔ [데이터 검증 레이어] ➔ [다음 단계 진행]
또한 해커톤 시제품 단계를 넘어 실제 상용화 시 발생할 리스크도 고민했습니다.
LLM은 호출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합니다. 만약 악의적인 공격자가 무의미한 메시지를 대량으로 보내 시스템을 마비시키거나 비용을 폭증시키려 한다면 어떨까요? 이를 막기 위해 '유연한 처리량 제한(Rate-Limiting) 메커니즘'을 구축했습니다. 한 사용자가 짧은 시간 안에 과도하거나 관련 없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내면, 잠시 AI 처리를 일시 정지하도록 해 시스템 오남용과 비용 낭비를 방지했습니다.
해커톤 그 이상의 성과
돌아보면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머릿속 원대한 아이디어가 단 며칠 만에 실제로 작동하는 서비스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팀원 모두가 핵심 여정을 하나씩 전담하고, 까다로운 기술 과제들을 해결하며, 수많은 모듈이 하나의 서비스처럼 매끄럽게 작동하도록 끊임없이 협업했습니다. WhatsApp 안에서 대출 과정 전체가 물 흐르듯 진행되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해커톤 3위 수상은 그 노력에 대한 감사한 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화형 AI가 금융 서비스를 얼마나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떤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직접 증명해 냈다는 점이 가장 뜻깊었습니다.
What's Next? 앞으로의 계획
해커톤은 끝났지만,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입니다.
현재 저희 팀은 법무, 컴플라이언스, 보안 팀과 긴밀히 협력하며 실제 상용화를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승인 절차가 완료되면, Loan Rangers를 단순한 시제품에서 완성된 서비스로 발전시켜 실제 고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저희의 비전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명확합니다.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을, 친구와 대화를 시작하는 것만큼 쉽게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