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Cover Story - 3호
5월 8일 Kissht 상장 데뷔를 신호탄으로, 침묵의 3년을 끝낸 인도 핀테크 IPO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무엇이 달라졌고, 한국 투자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
5월 8일 오전, 뭄바이의 한 회의실에선 작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디지털 렌딩 플랫폼 Kissht의 모회사 OnEMI Technology가 발행가 ₹171 대비 12% 상승한 ₹191에 데뷔한 순간이었다. 청약은 9.5배. 화려한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1년 반 전만 해도 이런 데뷔조차 인도 핀테크에선 사치였다.
2024년의 인도 IPO 시장은 핀테크에게 가혹했다. Paytm 트라우마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인도 사상 최대 핀테크 IPO로 화려하게 등장한 Paytm은 데뷔 첫날 -27%로 시작해 1년 만에 -85%까지 추락했다. 같은 시기 상장한 PB Fintech(Policybazaar)는 그나마 +17% 프리미엄으로 데뷔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 이후 약 3년간 인도 핀테크는 사실상 IPO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2025년 가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Groww가 2025년 11월에 17.6배 청약을 받으며 데뷔했고, 같은 달 Pine Labs도 14% 상승하며 무사히 안착했다. 2026년에 들어서면서는 Moneyview의 DRHP 제출, KreditBee의 유니콘 등극, Kissht의 실제 상장, Razorpay의 비공개 DRHP 준비까지 이어지고 있다. 첫 번째 물결이 휩쓸고 간 자리에 두 번째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침묵의 3년, 그리고 회복
숫자로 보면 변화가 더 또렷하다.
시기 | 회사 | 카테고리 | 조달액 |
2021.11 | Paytm | 결제 | 18,300 Cr |
2021.11 | PB Fintech | 보험 비교 | 5,710 Cr |
2024.12 | MobiKwik | 월렛 | 572 Cr |
2025.11 | Groww | 자산관리 | 6,632 Cr |
2025.11 | Pine Labs | 결제/POS | 3,900 Cr |
2026.05 | Kissht | 디지털 렌딩 | 926 Cr |
2022년과 2023년에 핀테크 IPO는 사실상 0건이었다. 그러다 2024년 말 MobiKwik이 무려 119배 청약을 받으며 시장의 갈증을 보여줬고, 2025년 말부터 본격적인 두 번째 물결이 시작됐다.
흥미로운 건 데뷔 수익률의 안정성이다. 1차 물결의 Paytm은 -27%로 출발해 시장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2차 물결에서는 청약 배수에 상관없이 데뷔 수익률이 +12~14% 구간에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시장이 핀테크 IPO 가격을 매기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신호다.
무엇이 달라졌나
흑자가 새로운 입장권이 됐다. 1차 물결에서는 적자 회사의 상장이 당연시됐다. Paytm은 FY22 ₹2,396Cr 적자였고, PB Fintech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2차 물결의 회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흑자 기조다. Groww는 흑자, Pine Labs는 분기 흑자 전환, Moneyview는 3년 연속 흑자(FY25 순익 ₹240Cr), Kissht는 9개월 순익 ₹199Cr, KreditBee는 FY25 ₹473Cr 순익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건 Paytm조차 FY26에 마침내 첫 연간 흑자(₹552Cr)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트라우마의 주인공이 4년 만에 흑자 클럽에 합류한 셈이다.
카테고리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1차 물결은 결제(Paytm)와 보험(PB Fintech) 플랫폼이었다. 두 카테고리 모두 광고·트래픽 비즈니스에 가까웠고, 단위 경제가 약했다. 2차 물결은 달라졌다. 자산관리(Groww), 결제 인프라(Pine Labs, Razorpay), 디지털 렌딩(Moneyview, KreditBee, Kissht)이 핵심 축이다. 특히 디지털 렌딩은 2차 시즌에서 가장 활발한 카테고리로 떠올랐다. IPO 라인업의 절반 이상이 렌딩테크라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갔는지 보여준다.
밸류에이션 책정 방식도 달라졌다. 1차 물결의 회사들은 정점 밸류를 그대로 들고 시장에 나왔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2차 물결에서는 의도적 밸류 책정이 표준이 됐다. Pine Labs는 2022년 사적 밸류 $5B+에서 IPO 시점 $2.9B로 책정해 들어갔고, 결과적으로 14% 데뷔 프리미엄을 얻었다. Razorpay 역시 정점 $7.5B에서 $5-6B 수준으로 책정해 비공개 DRHP를 준비 중이다. 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가격을 시장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새로운 룰이 됐다. 후기 라운드 투자자에겐 다소 아쉬운 일이지만, 상장 후 안정성을 확보하는 거다.
비공개 DRHP가 표준 절차로 자리 잡았다. Swiggy, Groww, Meesho, Zepto, 그리고 이제 Razorpay까지 — 인도 유니콘들의 표준 상장 경로가 비공개 신청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 반응을 보면서 가격과 시점을 조정할 수 있는 여유를 미리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핀테크처럼 규제·기술 변수가 많은 영역에선 특히 유용한 선택지다.
카테고리별 풍경
세 갈래의 색깔이 분명히 다르다.
결제 카테고리는 가장 성숙한 영역이다. Paytm은 4년 늦게 흑자에 도달했지만 ₹1,200대 주가는 IPO가의 56%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Pine Labs는 글로벌(말레이시아·싱가포르·UAE·미국까지 20개 시장) 확장 스토리로 살아남았고, Razorpay는 인도 본사 역이전과 비공개 DRHP라는 영리한 카드를 들고 있다. 결제는 더 이상 단순한 트래픽 비즈니스가 아니라, B2B 인프라와 글로벌 확장의 게임이 됐다.
자산관리(웰스테크)는 두 번째 시즌의 가장 큰 성공 사례다. Groww의 17.6배 청약은 인도 신흥 중산층의 자산관리 수요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줬다. 이미 상장된 PB Fintech는 FY26 매출 ₹6,794Cr(+36.5%), 순익 ₹670Cr(+115%)을 기록 중이다. 보험·자산관리 같은 마진 비즈니스가 결제보다 시장의 사랑을 더 받는다는 게 핵심이다.
디지털 렌딩은 이번 시즌의 진짜 주인공이다. 2026년 한 해에만 Moneyview·KreditBee·Kissht 세 회사가 IPO 라인업에 올랐고, 셋 모두 흑자 베이스다. 시장이 이들에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흑자, AUM 성장, 합리적 NPA가 갖춰진 디지털 렌더는 결제·자산관리에 이은 세 번째 핵심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RBI의 디지털 렌딩 규정 강화와 DLG 재인정이 오히려 우량 사업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앞으로 12개월
2026년 하반기와 2027년 초까지 인도 핀테크 IPO 파이프라인은 두툼하다. Moneyview는 SEBI 승인을 받으면 2026년 안에 상장 가능하고, KreditBee는 회사 측이 직접 "이번 회계연도 내 IPO" 목표를 공식화했다. Razorpay의 비공개 DRHP가 본격화되면 2027년 상반기 상장이 유력하다. 그 뒤로 PhonePe(이미 미국 자회사 통해 DRHP 업데이트 진행 중), CRED, BharatPe 같은 회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
흥미로운 건 시장의 선별 기준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흑자 + 합리적 밸류 + 명확한 카테고리 포지셔닝"이라는 세 박자가 갖춰진 회사만 시장이 환영한다. 이는 한국 시장과도 닮은 흐름이다. 2024년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상장을 연기한 이후 한국 핀테크 IPO 시장이 보수화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 투자자에게
세 가지를 짚어보고 싶다.
먼저, 인도 핀테크 엑싯이 진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1-2022년의 비싼 수업료를 치른 시장이 이제 합리적인 가격으로 회사를 받아주고 있다. 후기 라운드(시리즈 D~F)에 진입할 때 이전엔 "정점에서 잡혀 IPO에서 깎인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2차 물결의 가격 책정 규율이 자리 잡으면서 그 리스크의 형태가 달라졌다. 진입 밸류가 합리적이라면, 데뷔 프리미엄까지 챙길 수 있는 그림이 가능해진 셈이다.
둘째, 카테고리 베팅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졌다. 결제는 글로벌·B2B 모델로 진화한 회사가 살아남고, 자산관리는 마진의 매력이 검증됐다. 디지털 렌딩은 흑자 베이스의 우량 사업자가 시장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AUM 성장률, NPA 비율, 단위경제 — 이 세 지표가 갖춰진 렌더는 다음 12개월 안에 IPO 무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셋째, 한국 금융기관에게는 좀 더 구조적 의미가 있다. 인도 핀테크가 IPO를 통해 본격적인 공개 시장 자본 사이클에 진입하면, 후속 자본 조달·M&A·전략적 파트너십의 기회도 같이 열린다. 일본 MUFG가 KreditBee 라운드에 참여한 것은 시작에 가깝다. 일본 대형 금융이 인도 렌딩테크에 들어왔다면, 한국 금융기관에게도 비슷한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Paytm 트라우마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1,200대 주가는 그 흔적을 매일 보여준다. 그러나 그 트라우마가 시장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두 번째 시즌이 증명하고 있다. 흑자, 합리적 밸류, 명확한 카테고리 — 인도 핀테크가 IPO를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번엔, 시장이 다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참고자료
- Business Standard, Kissht rises in mkt debut as investors bet on India's digital-credit boom, 2026.05.08
- Entrackr, Kissht makes stock market debut at 12% premium over IPO price, 2026.05.08
- BusinessToday, KreditBee turns unicorn with $280 million funding, gears up for IPO push, 2026.04.08
- Inc42, Fintech Unicorn Moneyview Files DRHP for over ₹1,500 Cr IPO, 2026.03
- Business Standard, Razorpay IPO route signals cautious market play among fintechs, 2026.04.22
- TechCrunch, Pine Labs gets warm market welcome on $440M India IPO despite a valuation trim, 2025.11.14
- Groww, Groww makes a blockbuster debut, lists at 14% premium on BSE, 2025.11
- Whalesbook, Paytm Posts First Full-Year Profit; Stock Edges Sideways, 2026
- Business Standard, PB Fintech Q4FY26 results analysts bullish, 2026.05.07
- TechCrunch, MobiKwik's IPO will value it at $250M, 73% less than its last private valuation, 2024.12.05
- Inc42, Indian Startup IPO Tracker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