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등 글로벌 기업서 나와 어피닛 CAIO가 된 까닭은? 데바르야 두타 인터뷰
AI는 이제 ‘좋은 모델’을 만드는 기술에 머물지 않습니다. 제품과 의사결정, 조직의 일하는 방식까지 다시 설계하는 힘이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AI의 최전선에서 모빌리티·커머스·헬스케어를 두루 경험한 데바르야 두타 어피닛 CAIO에게, AI 산업의 변화와 인도 핀테크 시장의 미래, 그리고 어피닛이 만들고 있는 금융의 다음 단계를 물었습니다
왜 어피닛이었나요?
Q. 글로벌 기업을 거쳐 어피닛에 합류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데이터의 위치’였습니다. 알고리즘 기반 금융에서는 콜드 스타트 문제가 치명적입니다. 신생 핀테크는 아무리 훌륭한 아키텍처를 갖춰도 학습할 과거 데이터가 없으면 모델이 굶주립니다. 반대로 전통 은행은 데이터를 갖고 있어도 손대기 어려운 레거시 인프라에 묶여 있습니다. 어피닛은 어느 쪽 함정에도 빠져있지 않습니다. 2,000억 건에 달하는 실제 거래를 기반으로 검증된 금융 엔진이라는 데이터 진입장벽을 갖추면서도, 첨단 스타트업 수준의 개발 속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업 영역과 지역, 회사의 형태까지 모든 면에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금융에서 ‘신용의 문제’로 보이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 ‘정보의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이 본질적으로 상환 능력이 없어서 위험한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이 그 사람의 금융생활을 읽어낼 도구가 없기 때문에 ‘위험한 고객’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장벽은 생존 가능성이 아니라 해석 가능성에 있습니다. 그리고 해석 가능성의 문제라면, 그것은 곧 AI가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어피닛은 지난 10년간 인도에서 바로 이 문제를 풀어왔습니다. 자체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을 통해 전통적인 금융 이력뿐 아니라 다양한 대안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가능성을 다시 읽습니다. 선불 휴대전화 충전, 공과금 납부, 디지털 결제 패턴처럼 일상 속 행동을 신용의 신호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사용자 한 명당 9만 개 이상의 데이터 포인트를 활용하고, 5,000개가 넘는 특성 신호를 처리한다는 점이 큰 경쟁력입니다.
AI는 어떻게 변해왔나요?
Q.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AI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체감했나요?
ISI 콜카타와 케임브리지에서 통계와 AI를 공부한 뒤 Ola, Uber·Careem, Deliveroo, Sword Health를 거쳤습니다. 각 단계마다 ‘성공적인 AI’에 대한 제 정의가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Ola와 Uber에서는 수요예측, 배차, 매칭처럼 수많은 사람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AI를 다뤘습니다. 그 규모에서는기술이 현실을 직접 바꿉니다. 탄력요금제를 조금만 조정해도 운전자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승객은 이동 시간을 바꿉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결과가 다시 학습 데이터를 오염시킨다는 것입니다. 현재 모델이 만든 행동이 다음 모델의 학습 데이터에 편향으로 남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사용자 행동과 AI가 유도한 행동을 구분하는 인과추론 인프라가 예측 모델만큼 중요해집니다.
Deliveroo에서는 음식점·고객·라이더가 연결된 3면 시장을 운영하며, 알고리즘의 수학적 기준이 곧 제품과 사업의 기준이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배달시간을 최소화하도록 최적화한 모델이 겉으로는 완벽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빠른 라이더에게 주문이 과도하게 몰리고 신규 라이더는 일감을 얻지 못해 이탈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편향을 줄이는 일과 성과가충돌한다는 생각은 대개 잘못된 이분법입니다. 근무시간과 대기시간을 반영하도록 배차를 다시 설계하자, 평균 배달시간은 소폭 늘었지만 라이더 유지율과 피크 시간대 안정성은 오히려 개선됐습니다.
Sword Health에서는 AI가 의료와 만났을 때 정확도만큼 안전성과 설명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물류AI에서 오탐은 배달이 늦어지는 정도지만, 의료에서는 사람의 건강과 직결됩니다. 99%의 정확도로도 부족합니다. 나머지 1%가 실제 고통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델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전문가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민감한 데이터가 국경을 넘지 않도록 설계해야 했습니다.
AI 시장 자체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텍스트와 음성처럼 비정형 데이터를 이해하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알고리즘은 있어도 데이터가 흐를 통로가 없었고, 5년 전에는 데이터는 있어도 규제의 명확성이 부족했습니다. 지금은 알고리즘과 데이터, 규제라는 세 요소가 동시에 갖춰졌습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모델 자체보다 독자적인 데이터, 안정적인 인프라, 그리고 규제 환경에서의 실행력에서 나올 것입니다.
인도 핀테크 시장의 미래는?
Q. 지금 인도에 AI 기반 금융이 왜 중요하며, 시장의 기회는 얼마나 크다고 보나요?
미국이나 유럽에서 핀테크는 기존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인도에서는 훨씬 근본적입니다. 매우 많은 사람에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금융서비스를 처음 제공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금융서비스를 충분히이용하지 못하는 사람 대부분은 상환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이들의 금융생활을 읽을 도구가 없어 ‘위험한고객’으로 분류될 뿐입니다.
인도가 특별한 이유는 디지털 공공 인프라에 있습니다. Aadhaar(신원인증), UPI(실시간 결제), Account Aggregator(데이터 공유),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India Stack이 사용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금융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공통 데이터 계층을 만들었습니다. 1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인프라입니다. 덕분에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대안신용평가를 적용하는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실제로 아시아·태평양은 현재 AI 기반 금융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며, AI 금융 시장은연평균 약 25% 성장해 2030년에는 37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저는 금융서비스에서 가장 강력한 AI 기업은 규제가 가장 까다로운 환경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규제의 마찰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그 마찰 덕분입니다. 1970년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엄격한 자국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도록 차를 설계한 덕분에 전 세계로 수출할 수 있었던 것과 같습니다. 어피닛은 인도의 까다로운 규제 환경에서 시스템을 만들며규제 준수를 사후에 덧붙이는 기능이 아니라 AI 아키텍처의 일부로 설계했습니다. 인도의 요건을 이미 해결했기 때문에, 다른 신흥시장으로 진출할 때 추가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수록 이 강점은 누적되고, 경쟁자가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은 더 넓어집니다.
어피닛 AI의 강점은?
Q. 어피닛의 AI는 다른 금융기업과 무엇이 다른가요?
어피닛의 경쟁력은 특정 모델 하나가 아닙니다. 데이터 수집과 해석부터 신용평가, 심사, 리스크 관리, 고객 경험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어피닛을 다른 신용평가 회사와 비교하지 않습니다. 인도와 한국, 글로벌 시장의 순수 기술기업을 경쟁 기준으로 삼습니다.
범용 AI 기업에는 방대한 데이터가 있지만, 인도 금융시장에 특화된 현지 금융 관계망은 없습니다. 어피닛은 10년 이상 운영을 통해 기존 시스템에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금융 행동을 담은 독자적인 데이터셋을 구축했습니다. 신호의 가치가 높고 실제 금융 결과와 직결되는 데이터라 외부 기술기업이 쉽게 복제할 수 없습니다.
책임 있는 금융 AI
Q. 금융에서 ‘책임 있는 AI’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신체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금융 건강입니다. 어피닛의 의사결정은 한 사람이 필요한 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지를 좌우합니다. 부당하게 금융 기회를 거절하는 것은 임상적 오류만큼이나 한 사람의 삶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피닛은 신용평가에 블랙박스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을 추적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엄격한 인과적 제약을 두고 설계합니다.
더 많은 고객을 무조건 승인하는 것이 금융 포용은 아닙니다. 기존 시스템이 놓쳤던 고객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데이터로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기회를 넓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성능뿐 아니라 설명 가능성, 공정성, 데이터 보호, 운영 안정성을 함께 갖춰야 진짜 책임 있는 금융 AI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AI 조직을 만들고 있나요?
Q. 어피닛의 AI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어피닛의 AI 조직은 한국과 인도, 인도네시아를 연결해 운영됩니다. 데이터사이언스팀, 머신러닝팀, 데이터엔지니어링팀에 더해 새롭게 출범한 AI리서치팀과 AI 아키텍트 역할까지 갖췄습니다. 합류 당시 어피닛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연구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AI리서치팀을 만들었습니다.
채용은 인재 중심이며 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인원수가 아니라 인재 밀도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머신러닝 엔지니어링에서도 상위권, 제품 사고에서도 상위권인 사람을 선호합니다. 두 역량이 만나는 순간 실제 변화를 만드는 인재가 됩니다. 멋진 모델을 노트북에서 만드는 것과, 그것을 규제가 엄격하고 처리량이 많은 실제 금융환경에 배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그래서 규제라는 제약을 ‘일을 막는 관료주의’가 아니라 ‘새롭게 풀어야 할 아키텍처 문제’로 바라보는 사람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어피닛
Q. 향후 2~3년 뒤 어피닛은 어떤 회사가 되어 있을까요?
어피닛은 ‘AI를 활용하는 금융회사’에서 ‘신흥시장의 금융 인텔리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술기업’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인도에서 검증한 AI 금융 엔진을 자체 서비스에서 분리해, 여러 국가의 금융사와 핀테크가 활용할수 있는 의사결정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파트너는 인프라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지 않고도 금융 소외 계층을 만날수 있고, 어피닛은 모든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인텔리전스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미 베트남 현지 금융사들과 대안신용평가 모델과 디지털 금융 프로세스를 함께 설계하는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LLM을 언어 이해에만 활용하고, 실제 금융 안내는 근거를 추적할 수 있는 규칙 기반 모델이 담당하는 소비자 AI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융에서는 확률적으로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이 그대로 위험이 되기 때문에, 모든 추천은 사용자의 구체적인 데이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먼 미래에는 텍스트가 최종 인터페이스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농촌의 사용자가 휴대전화에 말로 요청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거나, AI가 배경에서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협상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추론 엔진과 인터페이스를 분리해두면, 음성이든 시각이든 새로운 방식이 등장해도 어피닛의 핵심 인텔리전스는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어피닛이 만들고 있는 것은 단순한 신용점수가 아닙니다. 기존 금융시스템에 보이지 않던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많은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결정을 돕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입니다. 현실의 금융생활을 데이터로 읽어내고,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그 문을 여는 것. 그것이 제가 어피닛에서 증명하고 싶은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