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이 직접 쓰신 줄 알았어요” - 최인아책방에서 만난 『매스니치 서바이벌』
“글이 굉장히 생생하고 펄떡펄떡 뜁니다. 그리고 재미있어요.”
지난 10월 21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최인아책방에서 최인아 대표의 사회로 『매스니치 서바이벌』 북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대화의 문을 연것은 최 대표의 생생한 독서평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한동안 창업자가 직접 쓴 이야기인 줄 알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인도에서 금융서비스를 일군 어피닛 이철원 대표와, 그 여정을 기록한 이기문 작가. 사업을 한 사람과 글을 쓴 사람이 나란히 독자를 만났습니다.
최인아책방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서점을 넘어, 책을 매개로 사람과 생각을 연결해 온 문화 공간입니다. 오랜 광고인 생활을 거친 최인아대표의 기획력에 테마별 도서 큐레이션, 저자와의 대화, 강좌와 공연이 더해지며 독자들의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그런 책방의 북콘서트 무대에 어피닛의 기업사가 올랐다는 것은, 이 이야기가 스타트업 업계 안에서만 소비될 기록이 아니라 더 넓은 독자와 나눌 만한 이야기라는의미이기도 합니다.
인도, 중년 창업자, 그리고 핀테크
최 대표가 “어디에 꽂히셨어요?”라고 집필 계기를 묻자, 이기문 작가는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인도라는 시장, 중년 창업자들, 그리고 핀테크입니다. 젊은 천재 창업자의 이야기도 아닌데, 한국의 중년들이 인도로 건너가 금융 사업을 일궜다는 조합 자체가 궁금했다는 설명입니다.
북콘서트는 이 대표의 회사소개 및 책 소개를 시작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책 속 여정은 마냥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금융 서비스를 한꺼번에 펼치려다 겪은 실패, 코로나19로 회사의 존립까지 위태로웠던 순간이 이어졌습니다. 이 대표는 그 과정에서 배운 소통법도 소개했습니다. 투자자가 듣고 싶은 것은 “잘될 것”이라는 낙관이 아니라 현재 상황과 대응 계획이라는 것입니다. “왜 형용사를 넣니?”라는 지적은, 위기 앞에서 사실을 정확히 말하는 법을 배우게 한 한마디였습니다.
사업의 시작부터 위기와 회복까지 짚은 이 대표는, 발표를 마치기 전 책의 마지막 장면을 꺼냈습니다. 자신이 특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결말이라며 소개한 것은 회사의 10주년 기념 영상을 촬영하던 때의 일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면까지 소개한 뒤에는 작가의 장난스러운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영화도 보통 마지막 장면 같은 거는 말하면 안 되는 건데, 책 이야기를 다 해버리셨네요”
“한국에서도 할 수 있지 않나요?”
객석의 질문은 사업의 핵심으로 곧장 들어갔습니다. 상장 작업을 돕는 회사에서 일한다고 밝힌 한 참석자는 국내에서 후불결제 사업을 시도했던 경험을 꺼냈습니다.
“한국도 데이터가 많고 대안신용평가 연구를 하는데, 한국으로 돌아오기보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를 선택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 대표의 답은 데이터의 양보다 ‘어떤 문제를 푸느냐’에 있었습니다. 기존 신용평가가 광범위하게 작동하는 한국에서는 대안신용평가가 보완재에 가깝지만, 신용 기록이 부족한 사람이 많은 인도에서는 금융 이용의 문을 여는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같은 기술이라도 시장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조직에 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한 독자는 “한국과 인도 팀을 원팀으로 만드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는데, 지금도 잘 유지되고 있나요?”라고물었습니다. 이 대표가 꼽은 변화의 계기는 문화 교육만이 아니었습니다. 인도인이 팀장을 맡고 한국인이 팀원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협업구조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원팀은 서로를 이해하자는 구호보다, 실제로 권한과 역할을 나누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대표님이 짱인 이야기만 있으면 누가 사 보겠어요”
책을 완독한 독자는 등장인물 ‘스티븐’을 콕 집었습니다. 회사의 변화를 이끈 인물이면서도 구성원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입니다. 독자는 스핀오프가 나와도 될 것 같다며, 그의 공과를 상세하게 다룬 의도를 물었습니다.
이 작가는 인터뷰한 직원마다 평가가 달랐기 때문에 여러 관점을 함께 보여줘야 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가 좋은 역할을 한 사람인데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아 섭섭했다고 털어놓자, 작가는 기업 이야기에 대한 자기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맨날 누가 잘났고 대표님이 짱이고 이런 얘기만 있으면 그걸 누가 사 볼 것이며.”
다른 독자가 “웃기려고 쓰신 건가요?”라고 묻자 답은 더 명쾌했습니다. “웃기려는 건 맞았고요.” 인물과 사건이 가진 유쾌함을 살려 경쾌하게 쓰려 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날 대화의 매력도 바로 그 지점에 있었습니다. 큰 비전을 말하는 창업자는 솔직하게 “좀 놀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고, 작가는 기업사를근사한 성공담으로만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매스니치 서바이벌』이라는 제목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생존이지만, 이야기를 끝까지끌고 가는 힘은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실패하고, 부딪치고, 농담하면서도 다음 길을 찾아낸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