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뭄바이에서 열린 Global Fintech Fest 개막식에서 산제이 말호트라 RBI 총재는 지난 10년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핀테크가 은행을 지점에서 꺼내 모든 시민의 손에 쥐여 주었고, 그 덕에 금융 포용은 정책 목표에 머물지 않고 수억 명이 매일 겪는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과장이라고 하기 어렵다. 정부가 기본 계좌를 열어 주는 Jan Dhan 사업으로 만들어진 계좌만 8월 기준 5억 9,090만 개에 이르고, UPI로 오가는 결제는 한 달에 240억 건을 넘는다.
그런데 총재가 같은 연설에서 핀테크의 효과가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곳으로 꼽은 것은 결제보다 대출, 그중에서도 중소·영세 사업자 대출이었다. 통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돈의 흐름을 보고 빌려주는 방식, 계좌통합, 통합 대출 인터페이스가 갖춰지면서, 수십 년 동안 기존 심사로는 들여다볼 수 없었던 작은 사업자들에게 담보 부담이 적은 정식 대출이 나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계좌와 결제는 이미 깔려 있다. 인도 금융 포용에서 지금 풀고 있는 숙제는 대출이다.
계좌와 결제는 거의 다 보급됐다
Jan Dhan은 2014년 8월에 시작해 올해로 12년이 됐다. 인도 재무부가 8월에 내놓은 자료를 보면 8월 19일 기준 계좌 수가 5억 9,090만 개(59.09 crore)인데, 그중 55.7%가 여성 명의이고 77.8%는 농촌과 준도시에 있다. 예금 잔액은 3조 1,700억 루피(₹3.17 lakh crore, 약 45조 원)까지 쌓였고, 계좌 하나당 평균 잔액은 5,356루피(약 7만 6,000원)다. 계좌 수만 보면 2015년 1억 4,720만 개에서 네 배가 됐다. RBI도 지난해 12월 국가 금융포용 전략을 내면서 은행 계좌 보유는 사실상 전 국민 수준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결제 쪽은 더 말할 것이 없다. 9월 한 달 UPI 결제는 240억 7,000만 건, 금액으로는 29조 3,700억 루피(₹29.37 lakh crore, 약 414조 원)였다. 1년 전보다 건수가 23% 늘었고,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처음으로 8억 건을 넘겼다. 총재의 표현을 빌리면 소도시의 가게 주인, 외딴 마을의 농민, 대도시의 젊은 직장인이 모두 같은 디지털 망 위에서 거래하고 저축하고 빌린다.
RBI는 은행, 투자, 보험, 우편, 연금 부문의 지표 97개를 묶어 금융 포용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0에서 100 사이 숫자 하나로 발표하는데, 이 금융포용지수가 2025년 3월 67.0에서 올해 3월 70.0으로 올랐다. 접근, 이용, 품질 세 항목이 모두 좋아졌지만 이번 상승을 끌어올린 것은 이용 항목이었다고 RBI는 설명했다. 금융 서비스를 쓸 수 있게 된 사람이 늘어서라기보다, 이미 쓸 수 있던 사람들이 실제로 더 많이 쓰게 되어서 지수가 올랐다는 뜻이다.
대출은 계좌나 결제처럼 보급되지 않는다
계좌는 열어 주면 되고 결제는 망을 깔면 된다. 한 번 만든 구조를 수억 명에게 똑같이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 대출은 사정이 다르다. 이 사람에게 얼마까지 빌려줘도 되는지를 한 사람씩 따로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이 틀리면 손실은 빌려준 쪽이 떠안는다.
지금까지 그 판단의 근거는 신용조회기관 기록이었는데, 대출을 처음 받으려는 사람에게는 애초에 이 기록이 없다. 지난 호에서 소개한 TransUnion CIBIL 보고서를 다시 보면, 인도에서 신용을 쓸 수 있는 연령대 인구 가운데 정식 대출을 한 번이라도 받아 본 사람은 74%다. 뒤집어 말하면 네 명 중 한 명은 아직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고, 새로 나가는 소매 대출 가운데 생애 첫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그친다.
어피닛의 최고AI책임자(CAIO) 데바르야 두타는 지난달 공개한 인터뷰에서 이 대목을 이렇게 설명했다. 금융에서 신용의 문제처럼 보이는 것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은 정보의 문제라는 것이다. 갚을 능력이 없어서 위험한 고객으로 분류되는 사람보다, 기존 심사에 그 사람의 금융 생활을 읽어 낼 도구가 없어서 그렇게 분류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기록만 보는 심사로는 판단이 안 됐을 뿐이고, 다른 정보를 볼 수 있다면 판단은 가능하다.
판단에 쓸 데이터를 보내는 통로가 제도로 마련됐다
총재가 연설에서 든 세 가지가 바로 그 다른 정보를 다루는 장치들이다. 현금흐름 기반 대출은 담보나 과거 대출 기록 대신 계좌에 돈이 얼마나 규칙적으로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보고 빌려주는 방식이다. 계좌통합(Account Aggregator)은 차주가 동의하면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자기 데이터를 대출기관에 보내 주는 구조인데, RBI는 올해 6월 이 생태계의 자율규제기구로 Sahamati를 인정했다. 통합 대출 인터페이스(ULI)는 RBI가 대출을 위해 만든 데이터 연결망으로, 총재는 9월 10일 같은 행사에서 ULI를 차세대 금융 서비스를 위한 디지털 공공 인프라의 예로 들었다.
10년 전에는 하나도 없던 것들이다. 신원 확인은 Aadhaar가 맡고 결제는 UPI가 맡고, 그 위에서 차주가 동의한 데이터가 대출기관으로 넘어간다. 신용조회기관 기록이 없는 사람이라도 판단할 자료를 제도 안에서 주고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정책 방향도 이쪽으로 맞춰져 있다. RBI가 2025년 12월 1일 발표한 국가 금융포용 전략(2025~30)은 대상을 저축과 결제에서 대출, 투자, 보험, 연금까지 넓혔고, 계좌를 몇 개 열었는지보다 금융 서비스를 얼마나 알맞게,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쓰게 하는지를 목표로 삼았다. 업계를 관리하는 틀도 갖춰지는 중이다. RBI는 9월 10일 United Fintech Forum을 FACE에 이어 두 번째 핀테크 자율규제기구로 승인했다.
어피닛은 신용 기록이 적은 사람에게 대출하는 일을 해왔다
어피닛이 인도에서 True Balance로 10년 동안 해 온 일이 바로 이것이다. 신용조회기관 기록이 거의 없는 사람을 대안 데이터로 판단해서 대출하는 일이다. 두타 CAIO의 설명을 빌리면, 선불 휴대전화 충전이나 공과금 납부, 디지털 결제 패턴처럼 일상에서 남는 행동을 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자료로 쓰고, 사용자 한 명당 9만 개가 넘는 데이터 포인트를 들여다본다.
9월 9일에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와 함께 한-인도 AI 금융포용 컨퍼런스를 서울과 델리에서 동시에 열었다. 서울 세션에서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디티 싱 박사가 인도의 금융 포용이 걸어온 과정과 신용 기록이 적은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짚고, 케랄라와 자르칸드에서 진행한 현장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디지털 금융은 현지 사정에 맞게 설계돼야 하고 소비자 보호와 민원 구제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발표의 요지였다. 델리 세션에서 델리경제대 람 싱 교수는 담보로 잡을 자산도 신용 이력도 없는 중소·영세 사업자를 거래 데이터와 현금흐름 데이터로 평가하는 방법을 발표했고, 인도 핀테크 자율규제기구 FACE의 수간드 삭세나 대표는 아직 충족되지 않은 정식 대출 수요가 크다는 점과 디지털 인프라와 AI를 쓰면 그동안 대출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에게도 빌려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어피닛이 사업으로 해 온 일을 한국과 인도의 연구자들과 함께 점검해 본 자리였다. 어피닛은 앞서 서울대와 AI 신용평가 기술의 특허도 공동으로 출원해 두었다.
대출이 늘어나는 만큼 지켜야 할 것도 늘어난다
대출은 계좌나 결제와 달라서 잘못 나가면 받은 사람이 다친다. 같은 컨퍼런스에서 Mint의 푸자 메라 기자는 여러 곳에서 동시에 빌리는 차주가 늘고 있고, 차주가 실제로 부담하는 대출 비용이 높고, 가계 부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위험 신호로 꼽았다.
숫자도 그 걱정을 뒷받침한다. UBS에 따르면 인도의 무담보 가계 대출은 2019 회계연도에 GDP의 6%였다가 2024 회계연도에 10%까지 올라간 뒤 3년 동안 그 수준에 머물렀는데, UBS는 이 조정이 이제 끝나고 대출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고 본다. CRIF 자료로 8월 NBFC 개인대출은 1년 전보다 30%, 은행은 9% 늘었다. 대출이 다시 불어나는 시기일수록 누구에게 얼마를 빌려줄지를 더 정확히 가려야 한다.
규제기관이 바라는 것도 결국 그것이다. 말호트라 총재는 9월 10일 핀테크 회사들에게 고객 데이터를 사업 자산으로 여기지 말고 맡아서 관리하는 책임으로 다루라고 당부했다. 대안 데이터로 심사하는 회사라면 차주의 동의를 제대로 받았는지, 어떤 근거로 승인하고 거절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두타 CAIO도 인터뷰에서 더 많은 고객을 무조건 승인하는 것이 금융 포용은 아니라고 말했다. 기존 심사가 놓친 고객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데이터로 안전하다고 확인된 만큼만 대출을 넓혀 가는 것이 어피닛이 말하는 포용이다.
앞으로의 금융 포용은 대출에서 판가름 난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는 금융 포용의 성과를 계좌 수와 결제 건수로 보여 왔고, 그 숫자는 이제 목표에 거의 다 왔다. 앞으로는 처음 빌리는 사람이 정식 대출을 얼마나 받는지, 그리고 그 대출을 무리 없이 갚아 내는지가 성과를 말해 주게 된다.
이 일은 인프라만 깔아서는 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보내는 제도는 마련됐지만, 그 데이터로 갚을 사람을 가려내는 일은 결국 대출하는 회사가 해야 한다. 판단이 정확해야 더 많은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고, 빌려준 뒤에도 차주와 회사가 함께 안전하다. 인도 금융 포용의 다음 과제는 대출이고, 그 과제는 갚을 사람을 가려내는 기술과 책임 있게 빌려주는 규율을 같이 갖춘 회사의 몫이 된다.
참고자료
[Business Standard] Fintech a valuable partner in building for future: RBI Governor Malhotra, 2026, https://www.business-standard.com/finance/news/fintech-a-valuable-partner-in-building-financial-system-of-future-rbi-guv-126090801433_1.html
[Outlook Business] Fintech Has Taken Banking From Branch To Hand: RBI Guv Malhotra, 2026, https://www.outlookbusiness.com/economy-and-policy/fintech-has-taken-banking-from-branch-to-hand-rbi-guv-malhotra
[Business Standard] Fintechs should treat data as a fiduciary responsibility: RBI Governor, 2026, https://www.business-standard.com/industry/news/fintech-should-treat-data-as-a-fiduciary-responsibility-rbi-governor-126091000948_1.html
[Press Information Bureau] 12 Years of PM Jan Dhan Yojana: Banking for All, Empowerment for All, 2026, https://www.pib.gov.in/PressNoteDetails.aspx?NoteId=159721&ModuleId=3®=3&lang=1
[DD India] 12 Years of PMJDY: 59.09 Crore Accounts Opened, Deposits Reach ₹3.17 Lakh Crore, 2026, https://ddindia.co.in/2026/08/12-years-of-pmjdy-59-09-crore-accounts-opened-deposits-reach-%E2%82%B93-17-lakh-crore/
[Business Standard] UPI continues to grow strongly, volumes up 23% at 24.07 bn in September, 2026, https://www.business-standard.com/finance/news/upi-transactions-september-2026-mdr-october-15-npci-126100100510_1.html
[Business Standard] RBI's Financial Inclusion Index rises to 70 in FY26 on higher usage, 2026, https://www.business-standard.com/amp/industry/banking/rbi-s-financial-inclusion-index-rises-to-70-in-fy26-on-higher-usage-126071601414_1.html
[Business Standard] NSFI 2025-30: Strengthening last-mile access, improving financial services, 2025, https://www.business-standard.com/amp/finance/news/nsfi-2025-30-strengthening-last-mile-access-improving-financial-services-125120101126_1.html
[MediaBrief] Women, young borrowers drive India's expanding credit ecosystem: TransUnion CIBIL, 2026, https://mediabrief.com/transunion-cibil-on-indias-expanding-credit-ecosystem/
[Sahamati] RBI Recognition of Sahamati as Self-Regulatory Organisation Marks New Phase for India's Account Aggregator Ecosystem, 2026, https://sahamati.org.in/media-article/rbi-sro-recognition-account-aggregator-ecosystem/
[The Tribune] India entering strong unsecured credit growth cycle; personal loans to lead acceleration: UBS, 2026, https://www.tribuneindia.com/news/business/india-entering-strong-unsecured-credit-growth-cycle-personal-loans-to-lead-acceleration-ubs